10년간 22편이라는 긴 여정이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에서 제작하는 히어로 시리즈) 1기가 마침내 끝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올해 <캡틴 마블>까지 솔로무비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덕후’들은 n차관람(같은 영화를 2회 이상 보는 것)으로 화답했다. 관객 수 1380만 명. 역대 외국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섰다.

10년간 22편이라는 긴 여정이었다.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마블에서 제작하는 히어로 시리즈) 1기가 마침내 끝났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2008년 <아이언맨>부터 올해 <캡틴 마블>까지 솔로무비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덕후’들은 n차관람(같은 영화를 2회 이상 보는 것)으로 화답했다. 관객 수 1380만 명. 역대 외국영화 최다 관객을 동원했던 <아바타>의 기록을 넘어섰다.

어벤져스의 끝판 왕,
최후의 1인은 과연!

어벤져스의 끝판 왕,
최후의 1인은 과연!

어벤져스 시리즈 4편 격인 <어벤져스 : 엔드게임>은 3편인 <인피니티 워>에서 이어진다. 타노스는 뜻대로 인류의 절반을 없앴다. 살아남은 어벤져스는 오합지졸이 됐다. 패배감과 무력감으로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하지만 먼저 떠난 이들의 희생을 헛되게 할 수는 없다.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운명을 바꾸기로 한다. 상처를 추스린 어벤져스팀은 타노스를 상대로 최후의 전쟁에 뛰어든다. 타노스도 남은 어벤져스 제거에 나선다.

안소니 루소와 조 루소 감독이 공동 연출한 <엔드게임>은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20여 명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해 최강의 적과 맞붙는다.
역대 어떤 블록버스터도 흉내 내지 못한 물량공세다. 타노스는 그만큼 버거운 상대다.

사람이 많아지면
밥숟가락을 얹고 싶어진다
‘링겔만 효과’






사람이 많아지면 밥숟가락을
얹고 싶어진다 ‘링겔만 효과’

히어로가 많으면 많을수록 어벤져스의 힘도 세질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경제학은 ‘팀의 능력은 조직원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른바 ‘링겔만 효과’다. 1+1이 2가 아니라 1.5나 1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독일 심리학자인 링겔만에 따르면 줄다리기에서 한 명이 당겼을 때 그가 내는 힘은 약 63㎏ 정도였다. 그런데 3명이 함께 줄을 당기니까 한 사람이 쓴 힘은 53㎏으로 줄어들었다. 8명일 때에는 1인당 31㎏만 썼다. 1인당 쓰는 힘이 이처럼 작아진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수록 익명성에 숨어 최선을 다하지 않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다른 실험이 있다. 패트릭 라플린은 실험자를 2명, 3명, 4명, 5명 등으로 구성한 다음 어려운 문제를 냈다. 그랬더니 5명으로 이뤄진 학생들이 찾은 답의 속도는 3명, 4명으로 구성된 팀과 별 차이가 없었다. 조셉 렌줄리도 1명, 3명, 6명, 12명으로 만들어진 그룹에 창의적 발상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더니 3명과 6명 그룹에서 차이가 없었다. 역시 일정 숫자를 넘으니 무임승차자들이 나타났다.
사람이 많을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링겔만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다. 거래비용이란 각종 거래에 드는 비용을 말한다. 줄다리기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면 앞뒤로 치이거나 서로 당기는 시점이 달라서 개개인의 힘이 분산된다. 마찬가지로 토론자가 많을수록 정보를 모으고, 정리하고, 취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개개인의 개성이 다른 경우에는 감정을 자제하고 의견충돌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콧대 높은 히어로들의
‘명확한 업무 배분’

콧대 높은 히어로들의
‘명확한 업무 배분’

어벤져스팀은 한 명 한 명이 콧대 높은 히어로다.
히어로 중 히어로가 되겠다고 서로 나선다면 ‘원팀’의 진가를 발휘하기 힘들다. <어벤져스1>에서 지구방위대 쉴드의 닉퓨리 국장이 “어벤져스 작전은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혼자선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면서도 “(핵무기보다) 위험한 작전”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벤져스팀도 “손발이 안 맞아서 좀 삐걱거렸어”라고 실토한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에서는 히어로들이 먼저 내부갈등 봉합에 나선다. 아이언맨과 캡틴아메리카는 화해하고 블랙 위도우는 가족을 잃고 방황하는 호크아이를 달랜다. 집단지성은 단순히 숫자가 많다고 발휘되는 게 아니다. 업무영역과 주어진 책임이 명확하고, 팀내 소통이 자유로우며, 동기부여가 뚜렷할 때 힘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당길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주고, 정확한 구호로 그 순간에 얼마나 힘을 모으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줄다리기 게임과 같다.

마침내 타노스와 리턴매치를 벌이기로 한 어벤져스.
이들은 흩어진 6개의 스톤을 모으기 위해 팀을 나눈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 앤트맨, 헐크는 2012년 뉴욕으로, 토르와 로켓은 아스가르드로, 워머신과 네뷸라는 모라그,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는 보르미르로 떠난다. 이들이 구해온 6개의 스톤을 모으면 건틀렛(절대 장갑)이 완성된다. 히어로들은 자신의 역할을 명백히 부여받았고, 이에 따라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어벤져스팀이 ‘링겔만 효과’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다.

사일로 효과가 없어서
더 멋졌던
우리의 히어로들!

사일로 효과가 없어서
더 멋졌던 우리의 히어로들!

많은 조직이 있을 때 우려되는 또 하나의 현상이 ‘사일로 효과’다. 사일로 효과란 부서 간 칸막이로 협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여기까지가 내 업무고 저기는 아니다’라고 하면서 조직이 융화를 이루지 못하는 현상인데 흔히 ‘부처이기주의’라는 말로 표현한다. 사일로란 곡식이나 시멘트, 자갈, 광석, 화학제품, 가스 등을 저장하는 원통형의 창고다. 격벽이 쳐져있어서 사일로 안에 든 내용물들은 서로 섞이지 않는다.

사일로 효과는 조직 내 독립성이 강하거나 협업 시스템이 약할 때, 혹은 조직 내 경쟁이 과도할 때 발생할 수 있다. 예컨대 영업팀과 기획팀, 생산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어벤져스는 사일로 효과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이들은 ‘타노스’라는 최강의 적을 무찌르기 위해 하나로 뭉친다. 때로 목숨까지 내놓으며 희생한다. 사일로 효과가 작동할 여지가 없다. GE의 회장이었던 잭웰치 회장은 조직의 사일로 효과를 혐오했다. 그는 “사일로는 악취를 풍긴다”며 “자신의 회사가 번창하고 성장하기를 원하는 조직원이라면 당연히 사일로를 증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일로는 속도를 죽이고, 아이디어를 죽인다”며 “마케팅에서 이런 배타성은 독”이라고 말했다. 잭웰치와 그의 아내 수지 웰치 쓴 <잭웰치의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 나오는 얘기다.

1기를 마무리한 어벤져스는 이제 2기로 넘어간다.
백인 남성 중심의 1기 히어로와 달리 2기 히어로는 여성, 흑인, LGBTQ(성소수자)가 중심이 된다고 한다. 흑인 캡틴아메리카에 더 강해진 여성히어로 캡틴마블과 스칼렛 위치가 판을 뒤흔들 예정이다. 달라진 마블의 세계관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다음 작품은 내년 블랙 위도우의 솔로 작품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벌써부터 나온다.
어벤져스 시리즈는 언제까지, 어디까지 이어질까.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차장으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차장으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장르 액션, SF
개봉 2019년 4월 24일
감독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렛 요한슨 등 다수

장르 액션, SF
개봉 2019년 4월 24일
감독안소니 루소, 조 루소
출연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헴스워스,
스칼렛 요한슨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