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언제부턴가 이 말은 ‘자영업을 하겠다’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 그만큼 자영업으로 치킨집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더 과거에는 “배추 장사나 해야지.”라고 했다. 그때는 1톤 트럭에 과일이나 야채를 싣고 다니면서 파는 게 자영업의 상징이었다.

“퇴직하면 치킨집이나 차려야지.” 언제부턴가 이 말은 ‘자영업을 하겠다’는 말과 동의어가 됐다. 그만큼 자영업으로 치킨집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다. 더 과거에는 “배추 장사나 해야지.”라고 했다. 그때는 1톤 트럭에 과일이나 야채를 싣고 다니면서 파는 게 자영업의 상징이었다.

치킨공화국, 대한민국

치킨공화국, 대한민국

치킨 앞에는 ‘국민음식’이라는 호칭이 붙는다. 동네 구석구석이, 한 모퉁이만 돌아봐도 여기저기 치킨집이다. 과연 얼마나 많을까. 공정거래위원회 자료를 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는 400여 개이며 가맹점 수는 24,000개가 넘는다. 전 세계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보다 많은 수라고 한다. 치킨을 ‘국민음식’으로 만드는 데 한 몫한 ‘치맥(치킨+맥주)’은 어엿한 한류 상품이다.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 페스티벌은 무려 문화관광부의 ‘2019년 문화관광축제 유망축제’로 선정됐다. 대구시는 이 축제에 100만 명이 다녀간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치킨공화국에 그간 치킨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었다는 것이 말이 되나.

그러던 중 이병헌 감독의 영화 <극한직업>이 2019년 시작과 함께 만루홈런을 쳤다. 지금까지 약 1,600만 명이 봤다. 역대 한국영화 최고 관객수라는 <명량>(1,700만 명)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극한직업>은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위장 개업한 마약단속반의 이야기다. 마약사범들도 치킨 배달은 피해 가지 못할 것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여기에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튀김옷을 입히니 그야말로 엄청난 ‘케미’가 생겨났다. 한 마디로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블루와 레드가 만나
탄생한 퍼플오션, 왕갈비치킨

블루와 레드가 만나
탄생한 퍼플오션,
왕갈비치킨

잠복근무를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다. 그러므로 장사가 잘 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얼떨결에 손님에게 내어놓은 왕갈비소스 양념치킨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야기가 꼬인다. 맛있다는 입소문에 손님이 밀려든다. 잠복근무를 할 것인가, 파를 무칠 것인가. 나는 형사인가, 닭집 아저씨인가. 갈비맛을 입힌 양념치킨이라니. 예전에 없던 맛에 손님들이 매료된다.

경영학의 눈으로 볼 때 왕갈비치킨은 ‘퍼플오션(Purple Ocean) 전략’과 닮았다. 퍼플오션이란 기존 시장에서 발상을 전환해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 전략을 말한다. 경쟁자가 없는 유망 시장 ‘블루오션(Blue Ocean)’과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Red Ocean)’을 합친 시장이다.

하나의 소재(콘텐츠)로 다양한 파생상품을 만들어내는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퍼플오션의 대표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록그룹 퀸을 소재로 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시장을 흔들었다. 컵, 티셔츠 등 방탄소년단 굿즈는 선보이는 족족 불티나게 팔린다. 뉴트로(Newtro) 열풍도 퍼플오션 전략의 하나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옛 것을 새롭게 즐긴다’는 의미를 지닌다. 뉴트로는 과거의 감성을 현대적인 콘셉트와 결합시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실제 ‘팔도비빔면’ 출시 35주년을 기념해 팔도가 내놓은 ‘괄도네넴띤’은 23시간 만에 완판 됐다. ‘팔도비빔면’을 멀리서 보면 ‘괄도네넴띤’으로 읽히는데, 이 같은 언어유희를 ‘야민정음’이라고 부르며 즐기는 젊은 층을 공략한 것이다. 이후 농심에서 ‘해피라면’, ‘신라면건면’ 등을 잇달아 출시했다.

퍼플오션에서
가치는 가격에 우선한다

퍼플오션에서
가치는 가격에 우선한다

왕갈비치킨은 한때 과자업계에 신드롬을 몰고 왔던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을 떠오르게 한다. 달달한 아몬드캐러멜맛의 감자칩은 이전에 접하지 못한 맛이었다. 이후 경쟁사들이 단맛을 지닌 감자칩을 잇달아 내면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이처럼 퍼플오션의 힘은 컸다. 닭집 아저씨, 아니 형사인 고 반장은 손님을 줄일 요량으로 치킨 가격을 1만 원 더 인상한다. “치킨은 역시 서민음식이 아니냐.”며. 하지만 아뿔싸, 손님이 더 몰려든다.

평범한 양념치킨이었다면 고 반장의 생각이 옳다. 레드오션에서는 소비자들이 가격에 매우 민감하다. 하지만 왕갈비양념치킨은 퍼플오션이라는 게 문제다. 퍼플오션은 가격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그보다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 만약 가치가 사라지면 시장이 풍선에 바람 빠지듯 가라앉을 수도 있다. 이때는 가격을 낮춰도 소용없다. 손님들이 가격을 보고 구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허니버터칩이 꼭 그랬다. 소비자들이 아몬드캐러멜맛에 익숙해지고 많은 경쟁사들이 뛰어들면서 허니버터칩의 판매량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기존 시장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반면 혁신적인 시장은 창출되지 못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퍼플오션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내놓은 폴더블폰도 퍼플오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새로운 IT 혁신이 일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2개의 화면을 가진 스마트폰을 출시해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일으켜보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의 미니보험도 퍼플오션용 상품이다. 미니보험이란 월 1만 원 이하로 보험료를 최소화하면서 꼭 필요한 보장만 받는 보험이다. 기존 보험들은 폭넓게 보장을 해주지만 보험료가 비쌌다. 불황에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미니보험이 혹할 만하다.

프랜차이즈의 시작, 치킨

프랜차이즈의 시작, 치킨

다시 영화로 돌아가 보면, 수원왕갈비통닭이 엄청난 인기를 끌자 마약범 용의자들이 가게에 먼저 찾아온다. 그러더니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자고 한다. 프랜차이즈란 본사가 가맹점에 영업 기술을 제공하고, 자신의 상표나 상호 등을 이용해 자신과 동일한 이미지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고 일정 대가를 얻는 경영 기법이다. 과거에는 창업을 하려면 창업자가 자신의 기술을 갖고 독자적인 매장을 구축해야 해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다. 반면 프랜차이즈는 특정 기술이나 큰돈이 없어도 본사의 지원을 받아 쉽게 가게를 열 수 있다. 은퇴자들에게 프랜차이즈가 매력적인 이유다.

프랜차이즈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다. 1950년대 출연했다. KFC(켄터키프라이드치킨)의 창립자 커넬 샌더스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미국 켄터키주 국도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샌더스는 고속도로 건설로 문을 닫게 됐다. 나이 60에 새로운 가게를 열기 어려웠던 그는 자신의 프라이드치킨 레시피를 팔기로 하고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레시피대로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팔고 일정 수수료를 낸다는 개념은 당시로는 낯선 것이었다. 2년간 1,000곳이 넘는 식당을 들렀지만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레스토랑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치킨 한 조각당 0.04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1952년의 일이다. 샌더스는 홍보대사도 자처했다. KFC의 흰 수염 할아버지가 샌더스다.

치킨집,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가 되다

치킨집, 프랜차이즈의
대명사가 되다

국내 1호 프랜차이즈는 어딜까? 바로 치킨집이다. 1977년 창업한 ‘림스치킨’은 닭을 조각내서 튀겨내는 프라이드치킨을 국내에 보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페리카나, 멕시칸치킨 등이 나왔고 1990년대 교촌통닭, BBQ 등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체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는 6,000개가 넘었다. 가맹본부는 4,880여 개고 가맹점 수는 24만 3,000개가 달한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한국보다 경제 규모가 큰 미국(약 3,000개), 일본(1,339개)보다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평균 사업기간은 4년 11개월밖에 안 된다.

사표를 내고 치킨사업에 전념하려던 고 반장은 가맹점 곳곳에서 터지는 불만에 곤혹스러워한다. 고 반장, 아니 닭집 아저씨가 지점을 직접 관리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지점에 근무하는 주인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대로 두면 프랜차이즈는 망할 것 같다. 퇴직금까지 부어서 만든 치킨집을 그냥 문 닫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법. 마침내 마약 보스와 맞닥뜨린 고 반장, 아니 닭집 아저씨는 외친다. “소상공인은 목숨 걸고 장사해!”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기자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글. 박병률
『경향신문』경제부 기자로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기 위해 영화, 문학, 대중문화와 경제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저서로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영화 속 경제학』『아이언맨 수트는 얼마에 살 수 있을까?』 등이 있다.

장르 코미디
개봉 2019년 1월 23일
감독이병헌
출연류승룡(고반장), 이하늬(장형사),
진선규(마형사) 외

장르 코미디
개봉 2019년 1월 23일
감독이병헌
출연류승룡(고반장), 이하늬(장형사), 진선규(마형사) 외